안녕하세요.

여러 여건과 상황으로 인해 제10대 체나이 한인회 마지막 회보가 많이 늦어짐에 따라 새해 인사를 이제야 드리게 되었습니다. 늦게나마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가내 사내 두루두루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코로나!!

인류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이 대재앙을 겪는 동안에도 시간은 흐르고 세월은 쌓였습니다. 생각해보면 슬픔과 연민이 가득한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을 떠나 보냈고, 많은 것들을 잃어버렸고 많은 손해를 감수해야 했고 많이도 아팠습니다.

 

그런 인간의 고통쯤은 아랑곳하지 않고 세상은 돌아갑니다. 고통과 죽음 중에도 인도의 인구는 늘어났으며, 비가 많이 내렸고, 도처의 쓰레기더미 위로 열대의 초목들이 자라났고, 그 위로 또 쓰레기가 버려지고, 그 위로 또 들풀이 자라났고, 락다운에 불안하고 배고팠던 개들이 새끼들을 낳았고, 우기에 번화가를 떠돌던 소들이 다시 들로 나갔지만 코로나의 아픈 기억과 닥쳐올 변이의 걱정은 여전합니다.

 

제 10대 첸나이 한인회….

마스크와 전세기와 산소발생기로, 공항과 병원과 락다운으로 똥오줌 못 가리고 동분서주하던 지난 2년여 세월, 이제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한인회 조직이란, 없는 것 보다는 있는 것이 낫다는 믿음과, 존재감이 있어야 한다는 사명감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자는 겸손함과 소박함으로 임했지만 역부족함과 아쉬움이 없지 않았습니다. 첸나이한인회를 응원하고 도와주신 모든 분들, 수고해주신 각 분과의 운영위원님들, 회비를 납부해 주신 개인과 기업 관계자 여러분들께 무한히 감사드립니다.

 

이제 한인회를 이끌며 받았던 감동과 기쁨, 성과와 업적들, 봉사와 보람, 실수와 불찰, 노여움과 섭섭함, 오해와 비난, 말과 상처, 두려움과 중압감, 성찰과 깨달음, 이 모든 것들 것을 뒤로하고, 이제 조용히 신임 한인회를 도와주고 응원할 시간이지만 누구도 나서는 사람이 없습니다. 한인회장 모집공고는 물론 개인적 권유나 설득, 읍소와 부탁에도 불구하고, 새로 한인회를 맡아주실 분이 아무도 없습니다.

 

수 없이 많은 고뇌와 갈등과 망설임이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기에 다시 나서려고 합니다. 이러다 한인회장이 직업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염려 속에 다시 힘을 모아 시작하려고 합니다. 특별히 위험이나 재난이 없고, 사건 사고나, 나서야 할 일이 없어, 친목이나 도모하는 한인회가 있는 한인사회가 가장 이상적인 한인사회라고 저는 믿습니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사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유사시에 무장이나 투쟁을 하고자 해도, 어떤 조직과 결속을 통해 힘을 합쳐야 할지 몰라,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이방인의 역사이며 수많은 해외 한인사회의 수난사이기도 합니다.

 

제가 서 있고 속해있는 이 고장 첸나이 한인사회를 지켜내고 보호함으로써 제 생업을 지킬 수 있다고 믿기에 제가 다시 나서려고 합니다. 한인회의 맥을 끊지 않고 이어 나가는 것이, 먼 훗날 이 고장에 살게 될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한인사외의 역사를 기억하고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제가 다시 나서려고 합니다. 그것이 조국에 대한 사랑이고 제가 첸나이 한인사회에서 입은 은혜에 보답하는 길임을 알기에 그 길을 다시 가려고 합니다.

 

이제 조금은 게으르고 느리게 가려고 합니다. 생업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가려고 합니다. 혁혁한 업적보다는, 없는 것 보다 있는 것이 나은 한인회, 막상 누군가 두렵고 막막할 때 미약하나마 힘이 되고, 의지가 되는 한인회 정도를 꿈꾸고 지향하려고 합니다.

 

새로 구성될 한인회 운영위원 모두가 최선을 다하겠지만 부족하고 모자라도 많은 관심과 이해와 응원 부탁 드리고 새날을 기약하며 이만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제 10대 첸나이 한인회장 조상현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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